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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리포트

 

이 글은

200210월부터 200505월까지

런던에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 증 일부를 적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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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기의 나라

 

처음 런던에 와서 며칠간은 아침에 일어나서 영 개운하지가 않았다. 머리도 무겁고 근육도 뭉쳐 있는 것 같고. 자기 전에 미리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시차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침대 생활을 처음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요인을 분석해 보았지만 어느 하나 시원스런 답을 얻을 수 없었다. 심지어는 집 밑으로 수맥이 지나가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한 두 달이 훨씬 지나도록 그 해답은 풀리지 않았는데 그긴 만나 본 몇몇 한국 남자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을 알게 되었는데 런던에서 만난 적지 않은 한국 여성들이 한국에 있을 때 보다 살이 많이 찐다는 것이었다. 주변의 여성들 어느 누구도 이런 사실에서 예외가 없을 정도였다. 많게는 10kg에서 4, 5kg정도는 보통인 듯 했다. 그런데, 런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여성들은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간다고 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식생활의 변화가 어느 정도는 있다고 해도 물리적인 공간의 차이만으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던 중, 한 여자의 불만 섞인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녀는 런던에 게이가 너무 많다며 심심찮게 불평했다. 실제로 런던은 암스테르담과 더불어 게이들의 해방구나 다름없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해 주지는 않지만 많은 동성연애자들이 런던에 둥지를 틀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영국 런던에 게이들이 많은 것일까? 나름 분석을 해 보았다. 아니 추리를 해 보았다.

첫 째, 영국은 사방팔방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는 섬이다. 물은 음기를 상징한다. 이런 섬나라들은 내륙이나 반도에 위치한 나라들에 비해 음기가 센 편이다. 영국을 비롯하여 호주, 필리핀, 일본 등. 그런데, 각 나라 별로 현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영국은 섬나라이면서 산업 혁명을 거치는 동안 여성의 사회 진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1,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가정의 생계와 국가 산업에 이바지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전시에 운전병으로 복부 할 정도였다. 전사하고 불구가 된 수많은 남자들을 대체하면서 여권은 신장되었다. 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들의 권익에 눈 뜨게 되고 사회는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영국은 지리적으로도 음기가 센 섬나라이면서 사회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했기 때문에 여권이 강하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여왕과 여성 총리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영국 남자들은 수줍어하거나 낯을 가리는 면이 많은데 비해 여자들은 걸음걸이도 빠르고 거칠 것이 없으며 행동거지는 대담할 정도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모든 섬나라가 영국과 같은 현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필리핀의 경우는 음기가 남녀의 성비에 영향을 미친다. 필리핀의 남 : 여 비율은 거의 1 : 3 에 육박하며,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여성이다. 필리핀출장 중에 만난 한 버스 기사는 마닐라와 지방 2곳에 각각 1명씩 총 3명의 부인이 있다고 했다. 특별히 그의 경제력 때문만은 아닐지라도 농담 반 진담 반 같은 대답은 성비의 심각한 불균형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일본의 경우는 앞의 두 나라와 비교하면 음기가 세다는 특별한 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다른 곳에 그 해답이 있다. 일본 바로 옆을 보면 대륙에서 길게 뻗어 나온 심상치 않은 반도 하나가 눈에 보인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사방에 가득한 일본의 음기는 가장 강력한 양기의 나라 한국에 의해 중화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 일본은 영국이나 필리핀처럼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을 짓누르는 거대한 양기를 약화시킬 필요는 있었다. 그것이 강하면 강할수록 일본에게는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제 침략시 여기저기에 쇠말뚝을 박고 중앙청과 기묘한 모양의 서울 시청 건물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추리를 거듭하다보니 관심은 태국에까지 다달았다. 지리적으로 섬도 아니고 한국과 비슷한 반도인데 여기는 특히 트랜스 젠더가 많은 곳이다. 수많은 남자들이 여성이 되고 싶어 하는 특별한 곳이다.

남자들에게 왜 그런 성향이 강하게 나타날까. 이런저런 말들이 있다. 예전부터 남자들은 힘들게 바깥일을 해야 하고 여자들은 집안일을 하는 게 전통이다. 태국 남자들은 강한 태양 아래서 검게 타도록 농사를 지어야 했다. 반면, 여자들은 집안일을 도와야 했는데 집안에서 귀여움을 받으며 자란 딸 들은 남자 아이들로부터 시기와 질시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남자들은 비록 피부가 검어져 더 이상 하얘질 수는 없었지만 행동은 여자 형제들을 모방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몸은 남자인데, 정신과 행동은 여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받아들일 수 없어하지만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모두 서로를 인정 한다고 한다. 이런 배경으로 태국에는 게이 및 트랜스 젠더들이 많은데 이들은 국가나 가족의 수치가 아니라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역군들이다.

다른 하나는 역사에서 기인한다. 태국은 지리적으로 보면 동남아의 십자로다. 평화 시엔 교역이 넘쳐나지만 그 평화가 깨지면 전쟁의 소용돌이에 바로 휩싸이는 곳이다. 전쟁이 나면 어린이, 노약자, 여자들이 가장 큰 희생을 치른다. 하지만, 어린 사내아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막대기를 들 수 만 있어도 전쟁터의 화살받이로 끌려 나가야만 하는 운명은 어쩔 수 없다. 부모들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들들을 전쟁터로 보내고 싶지 않다. 반면, 딸들은 전쟁터로 끌려가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아들 대신 딸 하나 전쟁터로 대신 보내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치마를 입혔다. 언제 어디서 또 전쟁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치마를 입히고 머리카락을 곱게 땋아 아들을 딸로 기르는 것을 좋아할 부모가 어디 있을까마는 어렵게 낳은 아들을 살리는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사내는 여자 형제들과 어울리며 점점 여자가 되어 간다. 전쟁이 끝난 지 오래되고 태평성대가 계속된다 해도 부모는 아들의 치마를 벗길 수가 없다. 그렇게 아들은 계속 딸로 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태국에 여성스런 남자들과 트랜스 젠더가 많은 이유라고 한다. 가슴으로는 그들의 처지를 백번 천번 이해한다. 그러나, 머리는 아직 섬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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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me of their lives

 

얼마 전, BBC에서 1966년 영국 월드컵 축구 대회에 참가했던 북한 축구팀에 대한 다큐멘타리를 방영했다. 지난 월드컵 때, 붉은 악마가 "Again 1966"이라는 문구를 선보인 이후에야,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던 줄 알았던 나는 흥미롭게 TV를 지켜봤다.

당시에는 중동, 오세아니아, 아시아를 합해 단 한 장의 본선 티켓이 주어졌기 때문에 북한은 마지막으로 호주와 지역 예선을 치러야 했다. 경기는 제 3국인 캄보디아에서 2회 열렸는데, 체력과 기술의 열세를 극복한 북한이 큰 점수 차로 호주를 따돌리고 본선에 오른다. 북한의 본선 행은 당시까지 세계 축구계를 양분하고 있던 유럽과 남미 국가들 외에 유색 인종이 참가하게 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김일성은 선수들이 영국으로 떠나기 전 이 점을 높이 샀다고 한다.

북한은 소련, 칠레, 이태리와 한 조가 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거의 "죽음의 조"였을 것이다. 예선 경기는 공업 도시인 미들스버로우에서 열렸는데, 영국인들은 6.25 전쟁 때 적이었던 북한의 축구팀을 처음에는 경계 했지만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북한은 소련과 첫 경기를 가졌는데 0 : 3 으로 진다. 화면을 보니 소련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 보다 키가 거의 한 뼘 이상이나 크고 매우 거칠게 경기를 해서 북한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다음 경기에 대비하면서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주체 사상"을 공부하는데, 과연 그들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 째 경기는 칠레와 하게 되었는데 여전히 힘든 경기를 했고 점수도 0 : 1로 뒤진 채 종료를 얼마 안 남기고 있었다. 그런데, 5분을 남기고 극적인 동점 골이 터지면서 상황이 반전된다. 결과는 1 : 1로 끝났지만 관중들은 드라마틱한 경기에 열광했고 미들스버로우 시민들은 북한 팀에게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게 된다.

프로그램은 당시의 기록 영상과 현재의 인터뷰, 그리고 90년 대 후반에서 2000년 대 초에 촬영된 것으로 보여지는 평양 시가지, 북한 어린이들의 연주 모습을 섞어가며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매스게임 장면이었는데 한국에서 TV를 통해 잠깐씩 보았던 것이라 낯설지는 않았지만 그걸 하는데 약 2만 명이 동원 된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마지막 상대는 운명의 이태리. 그 때 이미 월드컵 2회 우승을 달성한 강팀이었던 이태리는 칠레에 이겼지만 소련에 져서 11. 나머지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만 8강에(당시에는 16강이 아닌 8)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태리를 1 : 0 으로 격침시킨다. 그 결과로 이태리 선수들은 귀국 시 로마 공항에서 토마토와 계란 세례를 받았다.

북한은 포르투갈과 8강 경기를 하기 위해 리버풀로 향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북한은 그 이상의 성적을 내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인지 숙소를 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이태리가 이겼다면 머물기로 되어 있던 숙소와 연락이 닿는다. 카톨릭 분위기가 물씬 나는 그 곳에서 선수들은 밤에 불빛에 비친 십자가를 보고 놀라거나 두려운 생각을 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드디어 경기 시작. 북한은 전반에 3 : 0 으로 앞선다.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였고 북한이 예선 경기를 했던 미들스버로우에서 부터 원정 응원을 온 사람들은 북한의 인공기를 흔들며 열띤 응원을 한다.

그러나, 포르투갈엔 검은 표범 "에우제비오"가 있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 방송국 초청으로 내한한 적이 있던 그의 젊은 모습은 화면 속에서 매우 다부져 보였다. 당시 북한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을 빌리자면 그들이 0 : 3 으로 뒤지던 때 에우제비오는 잘 하자며 동료들에게 호소했다고 한다. 결국, 에우제비오가 골을 넣으면서 경기는 3 : 5로 북한이 지고 만다.

아직 생존해 있는 대부분의 북한 선수들은 한결같이 김일성의 위대함과 은혜에 여전히 눈시울을 붉힌다. 그러한 장면은 아무리 보고 또 보고 생각을 해도 절대 이해되지 않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당연한 일 인 것 같았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데 민족보다 위대한 사상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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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stry of Sound-Higher Education

 

며칠 전에 클럽에 갔다. 아주 오랜만에. 이 곳은 가끔씩 부담 없이 가는 곳이다. 홈페이지 주소도 있고 인터넷으로 자체 라디오 방송도 들을 수 있고 여러 가지 다양한 정보 또한 얻을 수 있다. 나이트클럽에 홈페이지라.

이 클럽은 90년대에 주목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런던에 있는 수많은 클럽 중 네임 벨류도 크고 인터네셔널하다. 클럽 자체 브랜드로 음반을 발매하고, 클럽 마크를 부착하여 여러 가지 것을 판매 하며, 순회 DJ들은 전 세계를 돌며 MOS의 클럽 문화를 전수한다. 일본과 대만에서는 행사를 가진 적이 있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안 한 것 같다. 한국은 홍대 앞 클럽들이 인기가 많지만 그런 유명한 클럽 이벤트의 경우는 언제쯤 가능할지 모를 일이다.

MOS는 템즈 강 남쪽 Elephant & Castle 지역에 있는데 대학교와 오피스 건물들 사이에 숨어있다. 주변은 낮이나 밤이나 조용하고 유흥가 밀집 지역도 아니어서 처음 가는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다.

나는 주로 학생들을 위한 수요일 이벤트에 갔는데, 다른 학교에서 오는 학생들도 많지만 주변에 있는 킹스 칼리지 학생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 킹스 칼리지는 London College University 의 많은 단과대 중 하나이다. 이 학교 등록금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독일 친구는 1년에 1,200 파운드 정도 내고, 수학과 대학원에 지원했던 중국인 친구는 거의 12,000 파운드가 든다고 했다. 유럽 연합 국가 학생과 아닌 학생의 차이다. 중국인 친구는 여러 사정상 맨체스터 대학으로 가기로 했는데, 거기는 약 7,000 파운드 정도 한다고 했다.

부제인 Higher Educationclub의 주제 같은 것이다. 런던 클럽들은 주로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영업을 하며 주중에 하루 이틀 정도 문을 연다. 클럽은 건물 소유주와 그 날 이벤트의 주최자가 분리되어 있는 것 같다. 같은 클럽이라도 금요일에는 RNB를 하고 토요일에는 하우스를 하며 월요일은 락 벤드 라이브 공연을 하는 식이다. 공간은 하나지만 이벤트는 요일마다 장르와 특성을 달리해서 다양한 음악적 취향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Higher EducationMOS에서 매주 수요일 학생들을 위한 이벤트의 주제라고 보면 무난할 것 같다.

클럽 입구에는 특이하게 금속 탐지기가 있다. 남자는 남자 bouncer(보안 요원)가 몸수색을 하고 여자는 여자가 담당을 하는데, 전에 한 남자가 하얀 가루를 주머니에 갖고 들어가려다 걸린 적이 있다. 그런데, 보안 요원의 반응은 신기했다. 클럽 안으로 가지고 들어 갈 수는 없고 맡아둘테니 갈 때 가지고 가라는 정도로 끝내는 것이다. 경찰을 부르는 것이 아닌 것이다. 여기서는 약을 하는 게 공식적으로는 불법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다들 한 번 씩 하는 것 같다. 통과 의례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술 마시다가 잔 돌리기 하는 느낌으로 파티에서 친구들끼리 하는 것 같다. 언젠가 다른 클럽에서는 약에 취한 건지 술에 취한 건지 흰자위를 드러내며 헤롱거리는 사람도 보았다. 영국은 새해에 drugclass를 조정하여 발표하는데, 예를 들면 위법성이나 중독성의 정도를 사람들에게 알려 준다.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매주 수요일 학생 카드를 가지고 가면 4파운드다. 할인도 있다. 저번 주에 받아 놓은 flyer(전단지)에 핸드폰 번호를 적고 11시 이전에 가니 1파운드만 내고 들어갈 수 있었다. 학생 카드가 없으면 돈을 더 내야 하냐고 물으니 수요일엔 일반인들은 아예 입장이 안 된다고 했다. 학생들만의 해방구인 것이다. 티켓을 내고 외투나 가방을 맡기려면 clock room1파운드를 내면 된다.

MOS 내부에는 여러 공간이 있다. 노멀한 댄스 음악을 틀어 주는 Bar, 지그재그로 휘어진 길을 지나면 RNB Hip hop을 들을 수 있는 Box, 하우스와 테크노 음악을 틀어 주는 Baby box. 나는 거의 baby box에 있는데 음악 취향 때문에도 그렇고 다른 곳은 사람들이 너무 붐벼서 복잡하다. 요즘 학생들의 음악 취향을 엿볼 수 있다. Bar Box에는 mirror ball 이 있다. Bar 천정에 달려 있는 것은 정말 크고 탐스럽다. Box에는 그보다 작지만 아담한 mirror ball이 있다.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현란한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무아지경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내게는 그것들이 royal opera housecrush room에 있는 화려한 샹들리에 보다 더 휘황찬란하게 보였다. 클럽 내부 곳곳에는 의자들도 있고 스페셜 게스트 룸도 있는데 그런 곳은 멤버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단체 예약을 미리 하여 게스트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에게만 제공 된다.

술값은 그리 비싸지 않은 것 같다. 보드카 샷, 보드카 과일 맛 믹서 등은 1.5에서 3파운드까지 하고 맥주 1파인트는 종류에 따라 3파운드 전후다. 저번 주에는 competition이 있었다. 두 남자가 bar에 있는 dj box 앞 무대에 올라가 팬티를 제외하고 옷을 다 벗은 다음 바켓에 든 스낵을 빨리 먹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뒤에서 팬티를 내리려 아우성이었다. 한편으로 정말 유치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번에는 여자 2명이 올라와 브라와 팬티만 입고 섹시하게 초콜렛을 먹는다.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지고 박수를 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여느 젊은이들과 다를 게 없다. 수요일은 밤 10시 부터 새벽 3시까지 이벤트가 계속 되는데, 끝나갈 무렵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동양인 남자 2명이 bar 스테이지에서 현란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것이었다. 중국이나 일본 학생들이 그런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고, 보아하니 한국 유학생이거나 교포들이겠거니 했다. 갑작스런 환호 소리에 나가려던 일부가 되돌아오고 해서 그 날은 멋진 피날레를 볼 수 있었다.

클럽을 나오면 그 앞에 또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배고픈 사람들을 위한 핫도그 판매대, 택시 기사들의 호객 행위. 하지만, 무엇보다도 clubber들이 반기는 것은 MOS를 포함한 다른 클럽들의 전단지인 flyer. 클럽의 위치, 입장료, dj 명단들이 인쇄된 flyer는 대개 엽서 크기만 하다.

클러빙을 마치고 새벽에 나이트 버스를 타면 묘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은 진짜 런던 믈러버가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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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Opera House

 

지난 토요일(5/22), 코벤트 가든에 위치한 로얄 오페라 하우스에서 베르디의 IL TROVATORE 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드라마틱한 것을 좋아해서 푸치니의 오페라를 선호한다. 그와 비교하면 베르디의 것은 다소 진지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한 느낌이다. 낯익은 아리아가 나오면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지만 레치타티보(대사) 부분에서는 모니터의 영어 번역을 보느라 정신없었다.

런던에서 오페라 공연을 보면서 느낀 게 몇 가지 있다.

첫 째는 한국사람 노래 실력이 최고다. 성량이나 감정의 풍부함이 서양 가수들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들의 실제 실력보다 CD가 더 나은 경우가 있다. 물론 공연 하는 날의 컨디션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 가수들의 노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로 여기는 공연장의 이용도가 높은 편이다. 1년 내내 오페라, 발레, 무용 등의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처음 공연장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은 지방의 서커스 극장 분위기를 떠 올리게 했다. 좌석의 붉은 천은 세월만큼이나 탁하게 바래져 있었고 극장 안의 좌석 배치나 여러 가지 것들이 "Royal"을 갖다 부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시설의 노후함에 개의치 않고 예술을 즐기는데 힘을 쏟는 것 같았다.

ROH 프로그램 중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하는 Lunch free recital이 있다. 오전 10시에 프리 티켓을 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티켓을 받으러 가는 게 일이지만 열기는 대단하다. 그 무대는 한 단체에서 후원을 하는데 촉망받는 젊은 음악가들을 초청하여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루는 한국 소프라노 가수가 공연을 했다. ROH에서 활동 하고 있으며 다음 시즌 오페라에 데뷔 할 예정이라는데 한국 가곡을 여러 곡 불렀다. "가고파"를 들었을 때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 무대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음악가들이 공연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가곡이나 연주를 들을 수도 있고, 어떤 날은 런던의 다른 공연장에서 공연 예정인 팀이 본 공연에 앞서 연주를 보여준 적도 있었다.

오페라 중간 쉬는 시간에 사람들은 까페로 가서 와인이나 샴페인, 차 등을 마신다. 정장과 드레스를 차려입은 많은 남녀들이 은은한 불 빛 아래서 잔을 들이키며 담소하는 모습은 참 여유롭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판매원들이 공연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이다. "오페라와 아이스크림". 안 어울릴 것 같지만 그렇다고 안 어울릴 이유는 없다.

ROH애 몇 번 가면서 한국에 가면 공연장을 자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의 전당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에도 몇 번 가 보았지만 그 곳은 천상의 무대이다. 좋은 시설에서 좋은 공연 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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