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stry of Sound-Higher Education
며칠 전에 클럽에 갔다. 아주 오랜만에. 이 곳은 가끔씩 부담 없이 가는 곳이다. 홈페이지 주소도 있고 인터넷으로 자체 라디오 방송도 들을 수 있고 여러 가지 다양한 정보 또한 얻을 수 있다. 나이트클럽에 홈페이지라.
이 클럽은 90년대에 주목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런던에 있는 수많은 클럽 중 네임 벨류도 크고 인터네셔널하다. 클럽 자체 브랜드로 음반을 발매하고, 클럽 마크를 부착하여 여러 가지 것을 판매 하며, 순회 DJ들은 전 세계를 돌며 MOS의 클럽 문화를 전수한다. 일본과 대만에서는 행사를 가진 적이 있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안 한 것 같다. 한국은 홍대 앞 클럽들이 인기가 많지만 그런 유명한 클럽 이벤트의 경우는 언제쯤 가능할지 모를 일이다.
MOS는 템즈 강 남쪽 Elephant & Castle 지역에 있는데 대학교와 오피스 건물들 사이에 숨어있다. 주변은 낮이나 밤이나 조용하고 유흥가 밀집 지역도 아니어서 처음 가는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다.
나는 주로 학생들을 위한 수요일 이벤트에 갔는데, 다른 학교에서 오는 학생들도 많지만 주변에 있는 킹스 칼리지 학생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 킹스 칼리지는 London College University 의 많은 단과대 중 하나이다. 이 학교 등록금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독일 친구는 1년에 1,200 파운드 정도 내고, 수학과 대학원에 지원했던 중국인 친구는 거의 12,000 파운드가 든다고 했다. 유럽 연합 국가 학생과 아닌 학생의 차이다. 중국인 친구는 여러 사정상 맨체스터 대학으로 가기로 했는데, 거기는 약 7,000 파운드 정도 한다고 했다.
부제인 Higher Education은 club의 주제 같은 것이다. 런던 클럽들은 주로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영업을 하며 주중에 하루 이틀 정도 문을 연다. 클럽은 건물 소유주와 그 날 이벤트의 주최자가 분리되어 있는 것 같다. 같은 클럽이라도 금요일에는 RNB를 하고 토요일에는 하우스를 하며 월요일은 락 벤드 라이브 공연을 하는 식이다. 공간은 하나지만 이벤트는 요일마다 장르와 특성을 달리해서 다양한 음악적 취향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Higher Education은 MOS에서 매주 수요일 학생들을 위한 이벤트의 주제라고 보면 무난할 것 같다.
클럽 입구에는 특이하게 금속 탐지기가 있다. 남자는 남자 bouncer(보안 요원)가 몸수색을 하고 여자는 여자가 담당을 하는데, 전에 한 남자가 하얀 가루를 주머니에 갖고 들어가려다 걸린 적이 있다. 그런데, 보안 요원의 반응은 신기했다. 클럽 안으로 가지고 들어 갈 수는 없고 맡아둘테니 갈 때 가지고 가라는 정도로 끝내는 것이다. 경찰을 부르는 것이 아닌 것이다. 여기서는 약을 하는 게 공식적으로는 불법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다들 한 번 씩 하는 것 같다. 통과 의례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술 마시다가 잔 돌리기 하는 느낌으로 파티에서 친구들끼리 하는 것 같다. 언젠가 다른 클럽에서는 약에 취한 건지 술에 취한 건지 흰자위를 드러내며 헤롱거리는 사람도 보았다. 영국은 새해에 drug의 class를 조정하여 발표하는데, 예를 들면 위법성이나 중독성의 정도를 사람들에게 알려 준다.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매주 수요일 학생 카드를 가지고 가면 4파운드다. 할인도 있다. 저번 주에 받아 놓은 flyer(전단지)에 핸드폰 번호를 적고 11시 이전에 가니 1파운드만 내고 들어갈 수 있었다. 학생 카드가 없으면 돈을 더 내야 하냐고 물으니 수요일엔 일반인들은 아예 입장이 안 된다고 했다. 학생들만의 해방구인 것이다. 티켓을 내고 외투나 가방을 맡기려면 clock room에 1파운드를 내면 된다.
MOS 내부에는 여러 공간이 있다. 노멀한 댄스 음악을 틀어 주는 Bar, 지그재그로 휘어진 길을 지나면 RNB 와 Hip hop을 들을 수 있는 Box, 하우스와 테크노 음악을 틀어 주는 Baby box. 나는 거의 baby box에 있는데 음악 취향 때문에도 그렇고 다른 곳은 사람들이 너무 붐벼서 복잡하다. 요즘 학생들의 음악 취향을 엿볼 수 있다. Bar 와 Box에는 mirror ball 이 있다. Bar 천정에 달려 있는 것은 정말 크고 탐스럽다. Box에는 그보다 작지만 아담한 mirror ball이 있다.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현란한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무아지경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내게는 그것들이 royal opera house의 crush room에 있는 화려한 샹들리에 보다 더 휘황찬란하게 보였다. 클럽 내부 곳곳에는 의자들도 있고 스페셜 게스트 룸도 있는데 그런 곳은 멤버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단체 예약을 미리 하여 게스트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에게만 제공 된다.
술값은 그리 비싸지 않은 것 같다. 보드카 샷, 보드카 과일 맛 믹서 등은 1.5에서 3파운드까지 하고 맥주 1파인트는 종류에 따라 3파운드 전후다. 저번 주에는 competition이 있었다. 두 남자가 bar에 있는 dj box 앞 무대에 올라가 팬티를 제외하고 옷을 다 벗은 다음 바켓에 든 스낵을 빨리 먹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뒤에서 팬티를 내리려 아우성이었다. 한편으로 정말 유치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번에는 여자 2명이 올라와 브라와 팬티만 입고 섹시하게 초콜렛을 먹는다.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지고 박수를 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여느 젊은이들과 다를 게 없다. 수요일은 밤 10시 부터 새벽 3시까지 이벤트가 계속 되는데, 끝나갈 무렵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동양인 남자 2명이 bar 스테이지에서 현란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것이었다. 중국이나 일본 학생들이 그런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고, 보아하니 한국 유학생이거나 교포들이겠거니 했다. 갑작스런 환호 소리에 나가려던 일부가 되돌아오고 해서 그 날은 멋진 피날레를 볼 수 있었다.
클럽을 나오면 그 앞에 또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배고픈 사람들을 위한 핫도그 판매대, 택시 기사들의 호객 행위. 하지만, 무엇보다도 clubber들이 반기는 것은 MOS를 포함한 다른 클럽들의 전단지인 flyer다. 클럽의 위치, 입장료, dj 명단들이 인쇄된 flyer는 대개 엽서 크기만 하다.
클러빙을 마치고 새벽에 나이트 버스를 타면 묘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은 진짜 런던 믈러버가 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