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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Opera House
지난 토요일(5/22), 코벤트 가든에 위치한 로얄 오페라 하우스에서 베르디의 IL TROVATORE 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드라마틱한 것을 좋아해서 푸치니의 오페라를 선호한다. 그와 비교하면 베르디의 것은 다소 진지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한 느낌이다. 낯익은 아리아가 나오면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지만 레치타티보(대사) 부분에서는 모니터의 영어 번역을 보느라 정신없었다.
런던에서 오페라 공연을 보면서 느낀 게 몇 가지 있다.
첫 째는 한국사람 노래 실력이 최고다. 성량이나 감정의 풍부함이 서양 가수들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들의 실제 실력보다 CD가 더 나은 경우가 있다. 물론 공연 하는 날의 컨디션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 가수들의 노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로 여기는 공연장의 이용도가 높은 편이다. 1년 내내 오페라, 발레, 무용 등의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처음 공연장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은 지방의 서커스 극장 분위기를 떠 올리게 했다. 좌석의 붉은 천은 세월만큼이나 탁하게 바래져 있었고 극장 안의 좌석 배치나 여러 가지 것들이 "Royal"을 갖다 부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시설의 노후함에 개의치 않고 예술을 즐기는데 힘을 쏟는 것 같았다.
ROH 프로그램 중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하는 Lunch free recital이 있다. 오전 10시에 프리 티켓을 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티켓을 받으러 가는 게 일이지만 열기는 대단하다. 그 무대는 한 단체에서 후원을 하는데 촉망받는 젊은 음악가들을 초청하여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루는 한국 소프라노 가수가 공연을 했다. ROH에서 활동 하고 있으며 다음 시즌 오페라에 데뷔 할 예정이라는데 한국 가곡을 여러 곡 불렀다. "가고파"를 들었을 때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 무대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음악가들이 공연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가곡이나 연주를 들을 수도 있고, 어떤 날은 런던의 다른 공연장에서 공연 예정인 팀이 본 공연에 앞서 연주를 보여준 적도 있었다.
오페라 중간 쉬는 시간에 사람들은 까페로 가서 와인이나 샴페인, 차 등을 마신다. 정장과 드레스를 차려입은 많은 남녀들이 은은한 불 빛 아래서 잔을 들이키며 담소하는 모습은 참 여유롭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판매원들이 공연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이다. "오페라와 아이스크림". 안 어울릴 것 같지만 그렇다고 안 어울릴 이유는 없다.
ROH애 몇 번 가면서 한국에 가면 공연장을 자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의 전당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에도 몇 번 가 보았지만 그 곳은 천상의 무대이다. 좋은 시설에서 좋은 공연 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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